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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흑백사진의 새로운 감동, 인물 사진의 거장 카쉬(KARSH) 전




사진에 취미를 가진지 4년, 제대로 된 사진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다가 우연히 회사 후배에게서 Karsh전 얘기를 듣고 미리 예약까지 하여 다녀왔습니다.  유섭 카쉬(Yousuf Karsh, 1908~2002)는 20세기 유명인들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던 세계적인 사진가로 '인물사진의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는 사진계의 거장입니다.  사진을 잘 모르시는 분도 아래 사진들을 보면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인물사진일겁니다.  (아래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Karsh'를 검색한 결과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Karsh전에 대한 얘기는 너무 많이 있어서 그의 일대기에 대한 설명을 여기 다시 쓰는 것은 필요없을 것 같고,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카쉬의 말을 옮겨봅니다.  (전시장 벽에 적혀 있었던 말입니다.)

"잠시 잠깐의 순간에 인간의 영혼과 마음이 그들의 눈에, 그들의 손에, 그들의 태도에 나타난다.  이 순간이 기록의 순간이다."

사진을 좀 찍어보면 인물 사진을 잘 찍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부자연스러워지는 사람, 너무 가식적으로 천편일률적인 포즈를 취하는 사람, 셔터 타이밍에 맞춰 눈을 감는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 인물 사진을 잘 찍으려면 결국 모델과 소통을 잘해야합니다.  결혼식장에 가보면 전문 사진사 분들은 나름대로 신랑,신부,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끌어내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결국 사진의 성패는 얼마나 잘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전시회를 보면서 계속 느낀 건데, 카쉬는 아마도 자신의 인물 사진 모델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아주 잘 의사소통을 했을겁니다.  (너무 당연한 얘긴가요?)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Best Shot을 많이 잡아낼 수 없었겠죠.  

다음은 그 날 사진전에서 제가 인상깊게 봤던 몇 장의 사진들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모두 http://www.karsh.org 의 사진들인데, 대표작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당시의 에피소드까지 읽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사진,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카잘스는 클래식을 거의 모르는 저도 아는 유명한 첼리스트죠.  아래 설명에 나오지만 Karsh 자신도 그 이전, 이후에 그 누구도 카메라에 등을 보인 모습을 찍은 일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냥 그게 맞았다는 설명입니다.  사진 대부분이 어두컴컴하고, 오른쪽은 뭔지 모를 벽같은 것이 가려있고 뒷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Pablo Casals라는 세기의 첼리스트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한 동안 기분이 멍했습니다.  아래 설명에 보면 이 사진을 매일 보면서 카잘스의 연주를 상상으로 듣는 노신사의 얘기가 나오는데, 저도 카잘스 첼로 연주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면 감동이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사진은 195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와 모리악이라는 가톨릭 작가의 실루엣 사진입니다.  아래 설명을 보면 당시 파리는 정전 상태였고,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침대 시트를 반사판 삼아 창으로 들어오는 약간의 빛에 의지하여 찍은 실루엣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놀라왔던 것은 화면 대부분이 까맣고, 약간의 빛으로 겨우 옆 모습의 윤곽을 표현했을 뿐인데 컬러 사진보다 더 그 사람을 잘 보여준다는 사실입니다.  사진전을 보면서 계속 '인물 사진은 컬러가 필요가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몇 장의 컬러 사진이 있었지만 흑백사진보다 훨씬 감동이 덜 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한 장의 사진.  이 사진을 보고 바로 든 생각은 벽에 걸려있는 동물의 뿔과 인물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것(마치 뿔의 곡선에 따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듯한)과 나이가 든 노인인 것 같은데 참 우아하고 고상해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손을 보면 주름이 많은데도 당당하고 강인한 느낌입니다.  사진 속의 인물 Georgia O'Keefe가 1887년에 태어났으니 이 사진을 찍었을 당시 69세로군요.  참고로 Georgia O'Keeffe는 그림의 주제로 두개골, 짐승의 뼈, 꽃, 식물의 기관 등을 확대하여 아름다움을 부여했던 20세기 미국 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전시장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밖에 나오면 다녀왔다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습니다.  사실 여기가 포토존이 맞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다 보고 나와서 이 사진 찍고 다시 왔더니 저 뒤까지 입장 대기줄이 쫙.

 
저도 포토존에서 어설픈 설정샷을 한 방.  지금 다시 보니 정말로 어설프군요.


전시장 밖에 나오면 각종 기념이 될만한 것들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위 3장 외에도 몇 장 더 인상적인 사진들이 있었는데 전시회 도록에도 나오지 않아서 그냥 왔습니다.  설명이 없더라도 전시된 사진만 다 있었어도 전시회 도록을 한 권 사왔을 것 같습니다.  


전시장 밖 한쪽 벽에는 이런 문양들이...  특이한 느낌이라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분들도 몇 명 봤습니다.

 
인터넷 블로그 관람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미술관 밖 대로변의 알림판.  



※ Karsh 전 정보
- 일시 : 2011.3.26 (토) ~ 2011.5.22 (일)
- 관람시간 : 11:00am ~ 8:30pm (전시 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주말 오후 시간은 관람객이 아주 많으므로 평일에 가거나 주말에는 좀 일찍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