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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닉 브랜트의 멋진 아프리카 동물 사진 구경 - 지구상상전



지난 달 카쉬(Karsh) 사진전에 다녀온 이후로 괜찮은 사진전이 있으면 꾸준히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지구상상전 - 현대 사진의 향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알게되어 일요일 오후에 다녀왔습니다.  Facebook 친구의 링크를 통해 알게 된 사진전인데, 다음 기사에 소개된 코끼리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래 기사에 나오는 작가 중 닉 브랜트(Nick Brandt)를 포함한 현대 사진작가 10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사진전이었습니다.  (아래 기사에 나오는 코끼리 사진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그런 사진들만 전시하지는 않으니 참고하시기를.  아래 기사의 사진들은 정말 한 번 볼만 합니다.)

최고의 코끼리 사진 둘, 어떤 게 더 좋으세요?  (한겨레신문 기사)

사진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는 생략하고, 저는 닉 브랜트의 아프리카 동물 사진들을 구경하러 갔으니 그에 대해서만 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상상전에 대한 소개는 지구상상전 홈페이지 참조)

닉 브랜트(Nick Brandt)는 아래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아프리카 동물들의 사진을 정말 실감나게 찍는 영국 출신 사진작가입니다.  Nick Brandt 영문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보니 이 작가는 망원 또는 줌(Zoom) 렌즈가 아닌, 2개의 단렌즈(Fixed Lens)만을 가지고 흑백으로 아프리카 동물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합니다.  저는 전시장에서 사진들을 보면서 망원 줌으로 멀리서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말을 잠시 옮겨보면,

"I'm not interested in creating work that is simply documentary or filled with action and drama, which has been the norm in the photography of animals in the wild. What I am interested in is showing the animals simply in the state of Being."

"나는 단지 다큐멘터리나 액션과 드라마로 가득찬 사진들(야생동물 사진의 표준이 되어 왔던)이 아니라 동물들을 존재 상태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관심이 있다."  

망원렌즈로 멀리서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잘 담는 것 보다는 보다 가까이 다가가서 동물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다는 얘기라고 생각되는데, 최근에는 인간 때문에 사라져가는 아프리카 동물들의 모습을 남기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의 홈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시기 별로 찍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진전과 마찬가지로 전시장 안에서는 사진촬영 금지.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담아올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의 사진들을 다시 볼 수 있군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바로 아래의 기린 사진(Giraffes in Evening Light, Maasai Mara 2006)입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빛내림과 평원의 기린들의 모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죠.  


사진전을 보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이 작가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아프리카에서 동물과 함께 살면서 이 장면들을 담았을 거라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사실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왠지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사자, 코끼리, 기린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전시장 바깥에서 찍을 수 있었던 몇 장의 사진들입니다.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다른 사진전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도록과 각종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시회 도록이 13,000원이었는데 닉 브랜트의 사진은 몇 장 없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작가들의 사진들이 대부분이라서 냉장고에 붙이는 Magnet 하나와 캐릭터 책갈피를 하나 사왔습니다.  (캐릭터 책갈피는 wife가 고른 것입니다.)


지구상상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방법 하나.  집에서 잠자고 있는 폐휴대폰을 하나씩 들고 가면 됩니다.  (6월5일 ~ 6월12일까지.  성인 입장료는 10,000원/인) 저희도 집에서 잠자고 있는 휴대폰을 하나씩 들고 갔는데 입구에서 폐휴대폰을 내면 입장권으로 바꿔줍니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정말 쨍합니다.  오르세 미술관전도 하고 있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건물 밖에 붙어있는 전시회 포스터를 한 장.  전시회 포스터의 작품은 피포누엔 두이의 "산불"입니다.  소년이 멀리 산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지구상상전 개막행사를 소개한 유튜브 동영상도 있습니다.  이 때는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이 날 초대를 받아서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테죠.



사진전은 대체로 괜찮은 편인데, 정리를 좀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진을 취미로 가진 분들은 집에서 잠자는 폐휴대폰 하나 들고 가볼만 함. (6/5 ~ 6/12)  
- 사실적인 동물 사진 이외에 포토샵 작업으로 만든 그림 같은 사진, 그리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은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전시물이 있으니 동물 사진 위주로 관람하기는 적합하지 않음.
- 전시장 곳곳의 한글 번역이 좀 이상함.  영문 제목이 난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말 자체로도 말이 안되는 문구들이 종종 눈에 거슬림.
- 다양한 할인 옵션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