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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DSLR 이야기 (2) - 외장 플래시 (스트로보)


 

1. 내장 플래시의 한계

보급형 DSLR을 들고 몇 달 사진을 찍다 보면 결혼식 등 실내 행사에서 사진 찍을 일이 생기게 됩니다.  초보 시절에 Auto 모드에 놓고 실내에서 찍다 보면 내장 플래시가 자동으로 펑펑 터지게 되는데 내장 플래시는 직광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며 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중에 PC에서 확대해 놓고 보면 인공적인 느낌이랄까?  어쨌건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바로 앞의 피사체에 직광으로 빛을 때려 부자연스럽게 나오거나...>


     <앞 쪽 어딘가의 반사체에 반사되어 커다란 반사광이 나오거나...>


사실...
이러한 내장 플래시의 문제를 나름 해결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장형 플래시를 바운스 시킬 수 있는 소품을 제작하여 사용하는 방법.  "내장 플래시 바운스"로 검색해보면 많이 나옴.  예를 들어 다음 링크의 내용 참조.   http://blog.naver.com/nazoran?Redirect=Log&logNo=51262446 )

결국...
여기저기 웹 사이트를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도달하는 결론...

"외장 플래시(스트로보)를 사자!"

2. 사진은 빛의 예술 - 실내 촬영과 플래시

흔히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외장 플래시를 사용하게 되면 자연의 빛(어둡건 밝건 상관없이)에 내가 원하는 인공의 빛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빛을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집니다.  물론 외장 플래시를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결과물이 좋은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빛을 더할 수 있을까를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사실 위에서 내장 플래시의 한계라고 예로 든 사진 2장은 아무 생각없이 외장 플래시로 직광을 때려 찍은 사진들입니다.  "자연스러움"을 고려하지 않으면 내장이건 외장이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WBC 2009 1라운드 결승전에서 1회에 이치로가 나왔을 때, 관중석에서 플래시가 엄청 터졌고 봉중근 선수는 주심에게 가서 한 마디 했다죠?  "플래시 때문에 눈이 부신데 어떻게 좀 할 수 없겠냐.."  주심 왈,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이해해라.."

<이치로가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터지는 플래시들>


짐작하건데, 관중석에서 터진 플래시의 대부분은 Auto 모드로 컴팩트 디카를 세팅하고 이치로가 나오니까 그냥 셔터를 눌렀던 경우였을겁니다.  물론 그 플래시가 관중석에서 이치로까지 도달했을리 만무하고, 관중석의 컴팩트 디카로 찍은 사진은 그냥 그렇게 나왔겠지요. 

만약 이치로를 잘 찍고 싶었다면 삼각대 + 망원렌즈를 들고 3루쪽에 자리를 잡았어야 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사진이란 그런 것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니까요...

<이치로 뒤로 보이는 망원렌즈 + 삼각대 무리들>
 


DSLR을 처음 사고, 약 3개월 쯤 후에 외장 플래시를 샀던 것 같은데 별로 선택의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캐논 400D와 적당한 가격대를 고려하니 "Canon Speedlite 430EX"가 바로 나오더군요.  (2010년 2월 14일 현재 네이버에서 430 EX II의 최저가가 296,000원이 나오는군요.  제가 구매했던 430EX는 단종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몇 가지 용어들...

□ 플래시? 
이 글을 쓰면서 스트로보라고 써야하나, 아니면 플래시라고 써야하나 좀 고민스러웠는데 정확한 명칭은 일렉트로닉 플래시(Electronic Flash) 또는 스피드 라이트(Speed Light)라고 합니다.  스트로보는 미국의 스트로보 서치 사(Strobo Search Co.)의 제품에 붙여진 명칭인데, 제품이 널리 보급되면서 '스트로보'라는 말로 불리게 된 사례이지요.

□ 가이드 넘버(GN, Guide Number)
ISO 감도 100을 기준으로 조리개값(f)를 곱하여 산출한 수치로 휴대용 플래시의 광량을 나타내는데 사용하는 단위입니다.  보통 35mm 내장 플래시는 GN 10~14, 카메라의 핫 슈에 장착하는 외장 플래시는 GN 20~32 정도임.  제가 가지고 있던 캐논 400D의 내장 플래시는 GN 13, 외장 플래시 430EX는 GN 43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430 EX를 사고도 한 동안은 그냥 외장 플래시 끼워 놓고 직광으로만 사진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외장 플래시로 찍은 사진이 그다지 좋은 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다음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웨딩 서브 찍사를 위한 경험에서 우러난 몇 마디 조언"    
- http://blog.naver.com/amireal/130023280959 
- DSLR을 들고 다니다 보면 지인들의 결혼식 촬영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한 Tip들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금 확인해보니 비공개 포스팅으로 바뀌어 있네요.)  실내 행사 촬영에서의 실질적인 Tip들이 많았습니다.  (M 모드, ISO400, F5.6, 1/125초, 천장 바운스로 플래시 광량을 1과 1/3 또는 2/3+, RAW로 촬영하여 나중에 보정할 것 등)

윗 글에 나온 ISO400, F5.6, 1/125 초 등등이 소위 말하는 "국민 세팅"인데 대부분의 경우 위와 같이 세팅하고 찍으면 전반적으로 실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옵니다.  (천정이 너무 높거나, 천정 색깔이 이상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 가지 추가한다면 RAW 파일로 찍은 후, 나중에 노출이나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 상, 상당한 수준의 내공이 아니면 현장에서 플래시를 쓰면서 노출과 화이트 밸런스까지 정확히 맞추는 것은 아주 힘듭니다.

<외장 플래시 국민세팅으로 찍은 사진들 - 이제 플래시 직광 모드의 부자연스러움은 없어진 듯>


3. 야경 사진에서 배경과 인물 모두 살리기

외장 플래시를 사고, 얼마 후에 일본여행을 갔습니다.  삼각대에 외장 플래시까지 들고 갔는데, 고베에서 야경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어라? 배경은 (삼각대로) 셔터 스피드 길게 하면 되는데 인물은 어둡게 나오네?  이걸 어떻게 하지?"  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결국 당시의 초보 수준 실력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 못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일이죠.  장비는 다 있었는데 어떻게 쓰는줄 몰랐으니...) 나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노출로 배경을 찍고, 플래시로 인물을 찍는다."  - 배경으로 찍을 야경에 노출을 맞추고 (야경이니 삼각대는 필수) 플래시를 강제 발광시켜 인물도 살리는 것이죠.  그렇지만, 보통 야경을 찍을 때는 오랫동안 셔터가 열려 있어야 하므로 계속 플래시를 발광시킬 수는 없고, 셔터가 닫히기 직전에 잠깐 플래시를 터뜨리는 "후막동조"를 시켜야 합니다.  (보통 카메라에 내장된 내장 플래시는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외장 플래시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SLR Club의 강좌를 참조.

"야경에서 배경과 인물을 모두 잘 나오게 찍기 - 슬로우싱크로와 후막동조" (SLR Club 아이디가 필요합니다.)
http://www.slrclub.com/bbs/vx2.php?id=user_lecture&no=4456

<야경에서 배경과 인물 모두 알아볼 수 있게 찍은 첫 번째 사진>


<해질 무렵에 찍은 사진인데 원리는 같음 - F16.0, 0.6 Sec>



4. 한 낮에 플래시 쓰기


초보시절, 햇볕 쨍쨍한 대낮에 외장 플래시 들고 사진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 짓들 하는건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대낮에 무거운 외장 플래시를 들고 설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 역광에서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제거하거나,
-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경우

저 같은 경우는 가능하면 장비 무게를 줄여서 가볍게 다니는 스타일이라 낮에는 외장 플래시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었는데, 위와 같은 경우에 내장 플래시라도 강제 발광으로 터뜨려주면 좀 더 깨끗한 인물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건 컴팩트 디카도 마찬가지)

<겨울철, 해지기 직전에 내장 플래시 강제발광으로 찍은 사진>


저는 풍경사진을 주로 찍는 스타일이라서 낮에 외장 플래시를 쓸 일이 많지 않은데, 인물 사진을 주로 찍는 분들은 외장 플래시를 가지고 다니면 훨씬 좋은 사진들을 많이 찍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해보면 낮에 외장 플래시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배경은 잘 나왔는데, 모자 그림자 때문에 눈 주위는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나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인물과 배경을 제대로 살린 사진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두번째 사진은 인물이 하일라이트되어 얼굴까지 환하게 나와서 배경과 잘 어울립니다.  (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ㅎㅎ  너무 플래시의 인공적인 조명이 강조된 것 같아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부족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강좌를 참조 (SLR 클럽 아이디가 필요합니다.)

"고속동조로 한낮에도 플래시 쓰자!!!"
- http://www.slrclub.com/bbs/vx2.php?id=user_lecture&no=4465

5. 외장 플래시 vs. 밝은 단렌즈

가끔 외장 플래시 대신에 밝은 단렌즈(시그마 30mm F1.4 또는 캐논 50mm F1.4 등)를 쓰면 된다고 얘기하는 분들을 봤는데, 제 의견은...

1) 둘 다 필요하다.  (필요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부족할 수 있다.)
2) 둘 중 하나만 살거라면 외장 플래시를 사라.  (외장 플래시가 꼭 필요한 경우가 더 많고, F2.8 고정 조리개 표준 줌이 있으면 외장 플래시 없이 해결가능한 경우가 많다.)

밝은 단렌즈가 필요한 경우는 플래시 사용이 금지된 곳에서 F2.8 표준 줌렌즈로 해결이 안되는 경우인데, 제 경험으로 봤을 때는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2008년에 후쿠오카 "스시온도"라는 회전초밥집에 갔을 때였는데, 입구에 한국말로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있더군요.  "도대체 한국사람들이 어쨌길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 날 플래시는 죽여놓고, 시그마 30mm F1.4로 음식 사진들을 찍었는데 지금 사진 메타 정보를 확인해보니F2.8짜리 표준 줌으로도 충분히 찍을 수 있는 상황이군요.

<30.4 단렌즈로 찍은 음식 사진>


그렇지만, 가끔은 F2.8 고정 조리개 표준 줌으로 커버가 안되면서 플래시를 터뜨리기는 좀 뭣한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로 음식점에서 사진 찍는데 플래시 펑펑 터뜨리기는 좀 민망한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밝은 단렌즈가 필수적이고, 외장 플래시는 그림의 떡이죠. 

<조명이 어두운 카페나 음식점에서 플래시 없이 찍어야할 때 - 밝은 단렌즈로 찍은 사진>


6. 결론

이미 본문에 거의 다 나왔지만, 3년 정도 DSLR로 사진을 찍으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정리해보면...

1) 외장 플래시는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하니 적절한 가격대의 것을 골라 빨리 연습해보자.  (소위 "국민세팅"부터 시작해서 천정 바운스, 옴니바운스 등등 빛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연습하자.)  그냥 무조건 열심히 연습한다고 되는 것 아닌 것 같고, 원리를 잘 이해하고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임당주유소님의 스트로보 강좌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해하기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잘 읽어보시면 "국민세팅"이라는 것이 어떤 원리로 나왔는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빛을 만들어낼지에 대해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든지 그냥 외우는 것보다는 원리를 이해하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할테니까요.

 
2) 밝은 단렌즈와 외장 플래시는 사용 용도가 다르니 둘 중 하나를 사야한다면 외장 플래시를 사자.  (가끔 결혼식장에서 외장 플래시 없이 스냅사진 찍는 분들을 봅니다만, 상당한 내공이 아니라면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