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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DSLR 이야기 (3) - 광각 렌즈


 

DSLR을 구입하고 표준 줌렌즈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시절, SLR Club에서인 것 같은데 정말 눈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풍경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댓글에 써 있는 말 중 '광각 뽐뿌'라는 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당시에 봤던 사진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다음 사진과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늘과 구름을 찍으면 파란 하늘색과 구름의 역동적인 느낌이 잘 표현되는...  아래 사진은 올 여름 휴가 때 캐나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DSLR 사고, 한 1년 정도 30mm 단렌즈와 18-50mm 표준 줌렌즈로 만족하며 잘 쓰다가 풍경사진에서 좀 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광각렌즈로 담은 멋진 풍경이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게된 사이트가 렌즈뽐뿌닷넷(http://lenspump.net)

광각부터 망원까지 메이커 별로 각종 렌즈로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어서 '이 렌즈에 이 바디로 찍으면 이런 사진이 나오는구나...' 하며 뽐뿌를 받는, 말 그대로 렌즈 뽐뿌를 엄청 자극하는 사이트입니다.  요즘은 새로운 사진들이 많이 안 올라오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캐논의 10-22mm F3.5-4.5 (크롭바디 전용 EF-S 마운트)나 17-40mm F4L (EF 마운트) 렌즈 사진들을 보면 광각렌즈로 어떤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순서가 좀 바뀐 느낌이 있긴 하지만 광각렌즈란 무엇일까요?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되어 있네요.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필름의 대각선 길이와 비슷한 40~60mm 렌즈를 표준렌즈라 하고 이보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광각렌즈라고 한다.
1. 동일한 조리개 값에서 표준렌즈나 망원렌즈보다 심도가 깊게 표현되므로 대강 맞추고 찍어도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의 핀트가 선명하게 맞아 스냅 촬영에 알맞다.  풍경과 같이 넒은 범위를 포착할 때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 같은 거리에서 촬영해도 더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지만 상을 왜곡하는 효과도 커져서 원근감이 과장되고 심도도 깊어진다.

잘 읽어보면 1번과 2번이 비슷한 말인데, 사진을 잠깐 보도록 하죠.  

먼저 1번에 해당하는 내용.  "풍경과 같이 넓은 범위를 포착할 때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넓은 범위의 피사체 넣기>

말 그대로 "광각"의 특징을 살려서 한 화면에 넓은 범위의 피사체들을 넣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10-22mm 광각렌즈로 촛점거리 10mm로 찍은 사진인데, 표준 줌으로는 사진 가운데의 연꽃들을 한 화면 안에 다 넣을 수가 없어서 광각으로 바꿔서 찍은 경우입니다.  뭐 그리 잘 찍은 사진은 아니어서 표준 줌으로 연꽃이 조금 짤리게 찍어도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피사체를 원하는 구도 안에 다 넣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저는 여행 다니면서 숙소에 들어가면 방이 어떤지 사진을 몇 장씩 찍어 두는데, 이럴 경우 광각렌즈가 아주 유용합니다.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어지간한 방은 한 화면에 다 들어오게 찍을 수 있습니다.


여행 중에 인상깊었던 건축물을 사진에 담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광각렌즈가 유용합니다.  표준 줌으로 찍을 경우, 건물 전체를 담으려면 상당한 거리를 뒤로 물러나야 담을 수 있지만 광각이 있으면 별로 물러나지 않아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미국 내쉬빌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인데, 파르테논 신전 모양의 건물 전체를 로우 앵글로 담아봤습니다.  


역시 1번에 해당하는 내용.  "심도가 깊게 표현되므로 대강 맞추고 찍어도 된다."

<로우앵글(Low Angle) 샷 찍기>
제 생각에 광각렌즈의 장점 중 가장 괜찮은 것 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찍는 앵글보다는 뭔가 새로운 시각의 샷을 위해서 로우 앵글을 많이 쓰는데, 광각렌즈는 "대강 맞추고 찍어도 되기" 때문에 로우 앵글 샷이 훨씬 용이합니다.  요즘 새로 나온 DSLR들은 라이브 뷰 기능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로우 앵글 찍는다고 바닥에 엎어지지 않아도 "우아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

올 여름 캐나다 록키에서 찍은 사진인데, 계곡 바위에 카메라를 걸쳐놓고 로우 앵글로 잡은 샷입니다.  광각렌즈가 아니면 흐르는 물을 눈높이로 담으면서 하늘에 구름까지 한 화면에 넣기 어렵습니다.


위의 사진을 찍고 있는 저의 뒷모습입니다.  사실 정확하게 위 사진을 찍고있는 모습은 아닌데, 대충 이런 모습으로 '바닥에 엎어지지 않고' 로우 앵글 샷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아래는 작년 여름 호주 사막에서 찍은 사진인데, 로우 앵글로 모래 바닥에 카메라를 거의 대고 찍은 사진입니다.  바로 앞 모래의 질감을 살리면서 멀리 바다와 하늘까지 담을 수 있었는데, 역시 광각이 아니면 쉽지 않은 사진입니다.  이런 사진 찍느라고 바디에 모래가 많이 묻어서 나중에 고생을 좀 하긴 했습니다만...


<DSLR로 셀카 찍기>
DSLR에 표준 줌이나 50mm 단렌즈 정도를 끼우고 셀카를 찍어보면 촛점을 제대로 맞추고 만족스러운 셀카를 찍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사실 셀카를 많이 찍는 컴팩트 디카나 폰 카메라는 광각 영역의 렌즈를 달고 있습니다.) 광각렌즈로는 셀카를 찍기 훨씬 쉽습니다.  사실, 평소에 셀카를 많이 찍는 타입이 아니라서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만...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찍은 사진인데, 별로 이상하지 않게 나왔습니다.  이 상태에서 바로 셔터를 누르기는 힘들기 때문에 2초 타이머를 맞춰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DSLR 셀카에서의 포인트는 카메라를 잡은 팔을 어떻게 감추느냐는 것입니다.  팔이 사진에 길게 나오면 마치 외계인 같습니다.


다음 사진들은 2번, "더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지만 상을 왜곡하는 효과도 커져서 원근감이 과장되는"에 해당하는 사진들입니다.

<주변부 왜곡 현상>
아래 사진을 보면 한 장의 사진에 상당히 넓은 범위의 풍경이 담겨있습니다만,  사진 양 옆의 피사체는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광각렌즈에서 나타나는 주변부 왜곡 현상인데요, 고수들은 이런 왜곡현상을 잘 이용하여 원근감을 잘 표현하기도 합니다만 처음 찍어보면 상당히 적응하기 어려운 특징이기도 합니다.


특히 인물사진을 찍을 때 너무 광각(10-22mm의 경우 10mm 부근, 17-40mm의 경우 17mm 부근)으로 촛점 거리를 놓고 구석에 인물을 배치하면 인물이 비스듬하게 누워버려서 사진을 버리기도 합니다.  나중에 포토샵으로 어느 정도 보정을 할 수는 있지만 인물 사진을 찍을 때에는 주의해야합니다.

17-40mm 렌즈로 초점거리 17mm로 놓고 찍은 사진인데, 인물을 너무 구석에 배치하여 비스듬히 누워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변부 왜곡 현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음 사진들을 한 번 보죠.

<다리가 길~어보이게 찍기>

인물사진에서 초광각(10-22mm의 경우 10mm 부근, 17-40mm의 경우 17mm 부근)으로 촛점 거리를 놓고 세로로 찍으면 다리가 길어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제 그림자를 찍은 사진인데, 실물이 아니고 그림자라 더 과장된 면이 있긴 합니다만, 실제 인물을 찍어봐도 다리가 길~어 보이는 사진이 나옵니다.  특히 여자분들이 이런 사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리가 길어 보이는 사진찍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과 샘플 사진을 원하시면 다음 포스팅을 한 번 읽어보세요.  (우쓰라님의 블로그는 사진도 좋고, 포스팅 내용도 재미있어서 제가 자주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원근감을 살리는 구도로 찍기>

주변부의 건물들이 누워버리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별로 보기 좋지 않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구도를 잡으면 별로 이상하지 않고 실제보다 원근감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호주 블루 마운틴에서 찍은 사진인데, 왼쪽 위의 건물이 누워있지만 원근감을 살리는 구도로 잡으니 별로 이상하진 않습니다.


광각렌즈 캐논 10-22mm를 처음 산 것이 2008년 초였으니까 광각렌즈를 들고 다닌지 거의 3년이 되어가네요.  캐논 10-22mm + 400D 조합으로 한 동안 잘 쓰다가 작년에 바디를 5D Mark II로 바꾸면서 광각없이 한 동안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올 여름에 캐나다 록키여행 가는 길에 공항 면세점에서 캐논 17-40mm F4L 렌즈를 사서 들고갔는데 여행 중에도 그랬고, 나중에 돌아와서 여행사진 정리하면서도 그랬고...

"와..  광각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사실 뭔 큰일이야 났겠습니까만, 제 취향이 광각 쪽으로 잘 맞는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DSLR을 구입하고 처음으로 찍은 사진들을 봤을 때의 "오..  괜찮은데?" 하는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