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보통 1년에 2번 정도 휴가를 내서 여행을 다니는데, 여행의 주목적은 사진입니다. 2007년에 DSLR을 구입한 이후에 그런 경향이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요즘 여행을 다녀보면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예상시간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여러 장의 사진을 찍게 되고, 그 중 몇 장의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기도 합니다만, '어떻게 하면 여행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에 대해서는 아직도 뾰족한 해답은 없는 듯 합니다.
2007년에 DSLR 구입하고 사진 관련 책들을 찾아보다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책들을 읽어보라는 추천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추천글의 다른 내용들도 신뢰가 갔기 때문에 바로 2권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책들은 'National Geographic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여러 권이 나와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행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이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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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에는 워낙 마음이 조급했었는지 별로 진도가 나가질 않더군요. 아마도 그 당시에는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적인 Tip들에 더 관심이 있어서 이 책과 같이 원론적인 얘기들이 와 닿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책장에서 다시 이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는데, 하루만에 다 읽었습니다.
책에 좋은 사진들도 많이 나와 있어서 여행사진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책들('xx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시리즈)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고,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많이 연습하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인데 같이 실려있는 사진과 훌륭한 사진가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례가 같이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던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여행사진을 찍을 때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1. 카메라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부담스럽지 않게 들고 다니면서 원하는 순간에 바로 그 장면을 포착할 수 있는 카메라가 최고의 카메라다.
노스다코다 주에 있는 한 농장의 일상을 촬영할 때 리처드슨은 그 날 저녁 헛간 앞마당을 맴돌며 어떤 작업을 해야할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그는 사진에 등장한 소년이 강아지 두마리를 자랑하기 위해 안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강아지의 어미들도 새끼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노출이나 초점을 조절할 틈이 없었기에 리처드슨은 자동 모드로 이 멋진 이미지를 잡아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절대 카메라를 손에서 떼놓지 말라는 것이다. <p.143>
작년 10월말에 스마트폰 갤럭시 S를 새로 샀는데, 생각보다 화질이 좋아서 일상의 모습들을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전에는 폰카로 찍는 사진을 좀 무시했는데,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원하는 순간을 잡을 수 있는 카메라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도 갤럭시 S로 찍은 사진인데(사실 제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 Wife가 동네에 뭐 사러 갔다가 찍어온 사진입니다.) 아파트 단지의 단풍이 예뻐서 '언제 한 번 DSLR을 들고 찍으러 가야지...' 라는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이런 모습을 일상적으로 담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카메라 아닐까요?
2. 부지런히 많이 찍어봐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인데, 사실 잘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그렇게 유난스럽게 부지런한 스타일은 아니라서 이 항목에 대해서는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가지 저에게 새로왔던 것은 프로 사진가라도 원하는 수준의 한 장을 건지기 위해 다단계 노출로 아주 많이 찍는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저 같은 아마추어와는 '만족스러움'의 정도가 다르긴 하겠죠.) 다음은 책에서 옮겨온 공감가는 내용들입니다.
컬럼비아 협곡의 이 기막힌 사진을 찍기 위해서, 짐 리처드슨은 크라운 포인트 근처에 있는 바로 이 지점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흘동안 여러 번 찾아왔다. 빛을 확실하게 잡아내기 위해서 새벽 4시 30분까지는 그곳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그의 끈기는 결실을 맺었다. 결국 마지막 날, 그가 그렇게도 찾고 기다렸던 이 훌륭한 일출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사진과 같이 프레임 안에 콘트라스트가 높은 장면들은 노출 측정이 까다롭다. 리처드슨은 이렇게 말한다. "완벽하게 이 장면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단계 노출로 아주 많이 찍어야 했다." <p.140>
당신이 정말로 사진을 찍고 싶은 장소를 발견했는데, 그곳이 시내에서 멀어서 숙소를 찾을 수 없다면, 차 안에서 잠을 자라.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어 현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이 좋다. <p.101>
해변, 사막, 눈밭에서는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가 무능하게 되어 노출부족이라고 표시하기 쉽다. 또한 빽빽한 숲속이나 습지에서는 어두운 부분이 많아서 노출 과다가 되기 쉽다. 중간조의 회색이 되는 물체를 찾아서 노출을 측정하고 다단계 노출로 여러 장을 찍도록 하라. <p.151>
어떤 장면을 발견하게 되면, 예를 들어서 어떤 특이한 거리가 내려다 보인다든가, 어떤 건물의 외관을 보게 되었을 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위치를 잡은 후 프레임을 만들고, 기다리라. 당신은 노란 택시가 그 거리를 지나가기를 원할 수도 있고, 보도에 있는 노점상에게 누군가가 다가가기를 원할 수도 있다. 또는 빌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인내하라. 당신이 원하는 요소들이 함께 결합되는 시점을 기다리라. <p.154>
저 같은 경우는 최근에 가장 부지런하게 찍었던 사진은 아침에 동트기 전에 일어나서 일출을 기다리며 찍었던 캐나다 록키의 버밀리온 호수의 일출 풍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해가 뜨기 직전에 호수에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아주 볼만 했고, '아... 내가 남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뭔가 부지런히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3. 기본적인 사진 기술은 충분히 익혀야 한다.
DSLR을 구입하고, 어느 정도 사진을 찍으려면 기본적인 사진 기술은 충분히 공부를 해야겠죠. 특히 여행을 하게 되면 참 다양한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연습을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간혹 주변을 보면, DSLR로 사진을 찍으면서 '심도'가 뭔지, '조리개'와 '심도'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자동으로만 찍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도 카메라의 매뉴얼을 한 번은 읽어보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는 공부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이 사진을 한 번 보시죠. 2007년 여름에 일본 오사카-고베-쿄토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뒤에 보이는 타워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제 기술로는 아무리 해도 인물과 배경을 모두 잘 나오게 찍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외장 플래쉬, 삼각대까지 모두 있었는데 말이죠.)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찍어야한다는 기본적인 연습없이 여행을 갔으니 원하는 순간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죠.
이 사건 이후로 여행할 때 발생하는 기본적인 상황에 대한 공부는 미리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위 사진과 같이 장비까지 있는 상황에서 방법을 몰라서 원하는 순간을 잡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또 모르죠...
어쨌든, DSLR을 가진 경우에는 매뉴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카메라에 있는 버튼, 메뉴가 뭔지는 다 익혀두도록 해야겠죠. 가장 좋은 것은 어두운 곳에서도 눈을 감고(!) 버튼이나 메뉴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하는 것인데 사실 그 정도까지 연습하기는 쉽지 않지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좀 찔리는군요.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웠던 테크닉 중 하나인 '페인팅'이라는 기법에 대한 설명입니다. 꼭 동굴 속이 아니라도 재미있는 시각의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굴 탐험을 하면서 어두운 곳이나 어두운 시간에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당신이 준비한 조명기구가 충분치 않다면, "페인팅"이라는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페인팅 기법은 이렇다. 카메라를 삼각대나 다른 지지물에 고정시키고, 프레임을 잡고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셔터속도를 B셔터에 놓고 셔터를 열어 당신이 닫을 때까지 계속 열려 있도록 고정시킨다. 그리고 프레임 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전등을 비추거나 플래시를 터뜨리라. 말 그대로 빛으로 페인트칠을 하는 것이다. 전등을 사용할 경우에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모습이 필름에 실루엣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등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부분만 노출과다가 될 것이다. 플래시를 사용한다면, 당신이 플래시 빛과 카메라 사이에 서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필름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한 부분에 플래시 빛이 한 번 이상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 몇 가지 노출로 찍어보라. 노출을 측정하기 어렵고 노출이 정확하게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앞서 집에서 밤시간에 혹은 암실에서 연습을 해보라. <p.179>
어느 정도 기본적인 기술을 익힌 다음에는 역시 '고수'의 사진을 보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진도 카메라라는 기계를 사용하고, 기술이 중요하긴 하지만 역시 예술적 감각이 있는 분들이 좋은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이 예술적인 감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고수들의 사진을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지역에 여행을 가면 서점에 가서 그 지역을 담은 사진집들을 보고 한 권씩 구입합니다. 그 사진들을 보면, 어디에 가서 어떤 View로 담는 것이 좋은지 공부할 수도 있고 '이 사진은 어떻게 찍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괜찮은 아이디어를 얻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2009년 여름 호주여행에서 샀던 "Sydney The Harbour City"와 2010년 캐나다 록키 여행에서 샀던 "The Canadian Rockies" 사진집) 잘못하면 천편일률적인 증명사진을 찍게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준비도 하지않고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지금 소개하고 있는 '여행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에서는 짐 리처드슨(Jim Richardson)이라는 사진가의 말이 참 공감이 많이 가던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홈 페이지가 있군요. 최근에 찍은 사진들도 많이 있고, 주로 여행/풍경 사진을 많이 찍는 분인 것 같은데 보는 View가 역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수준입니다.
짐 리처드슨 홈 페이지 : http://www.jimrichardsonphotography.com/
홈 페이지의 내용을 읽다보니 특이한 점은 이 분은 니콘 카메라를 쓰는데, 쓰는 렌즈의 화각이 거의 겹치지 않는군요. (14-24mm, 24-70mm, 70-200mm, 24mm) 캐논 렌즈는 이렇게 겹치지 않게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던데...
5. 사진도 소통(Communication)이 중요하다.
광각렌즈로 가까이 다가가서 찍는 사진은 대부분 망원렌즈로 멀리서 찍는 사진보다는 더 친밀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가가 친절하게 거리낌 없이 다가서면 그들이 사진을 찍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사진가가 우호적이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않다면, 그들도 꺼림칙하게 생각할 것이다. 좋은 인물사진을 얻는 데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여행사진가나 출판사진가들이 갖추어야 할 두어가지 덕목들이 있다. 즉, 붙임성과 재치다. <p.155>
저는 여행에서는 거의 인물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리는데, 초상권 문제도 있고 풍경사진을 위주로 찍다보면 별로 시간도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행사진을 잘 찍는 분들을 보면 풍경도 많이 찍지만, 그 지역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작품'을 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위 얘기는 그런 면에서 많이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앞으로 여행을 가면 인물사진 쪽으로도 영역을 넓혀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제가 많이 들르는 우쓰라님의 블로그 포스팅 하나를 소개합니다.
□ 인물사진 찍기 좋은 나라, 인도 : http://woosra.com/30038879632
그리고... 여행 사진은 아니지만 DSLR을 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담게 되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서도 소통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조카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워낙 어렸을 때부터 사진을 계속 찍었더니 이제는 알아서 포즈를 잘 취해줍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많이 퍼져있고, 여행에 대한 정보도 많아서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사진은 비슷비슷합니다. 인터넷 검색하여 그랜드캐년 여행기를 읽다보면 '어, 이 사진 내가 찍은 사진 아냐?'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들이 다 비슷합니다. 뭔가 다른 시선으로 그 순간에 충실한 느낌을 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년 전에 사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지금까지 DSLR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합니다.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촬영한 대상들을 찍으려면 무언가 다른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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